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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문환의 하동편지 제140호 미루나무에게
조문환 기자
2013-10-28 10:0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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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주에는 벽소령을 종주했습니다.

함양 마천 음정마을에서 하동 화개 삼정마을로 내려오는 코스입니다.

 

이 길을 소금길이라고도 합니다.

옛날 아직 교통이 좋지 못할 때 섬진강을 타고 올라온 소금이

이곳 벽소령길을 넘어 함양, 산청 등 산간지로 통행했다는 사실에 근거를 합니다.

 

단풍이 칠부능선까지 점령해 오고 있었습니다.

땀이 범벅이 되고 내려오는 길은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.

옛 우리 선조들이 지개에 소금자루를 지고 올랐을 그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.

 

소금냄새가 진동하는 듯했습니다.

우리 선조들이 이 고개를 넘으면서 흘렸을 땀 냄새가 길에 배여 있었기 때문이겠지요.

 

계곡물에는 단풍이 비춰 꼭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했습니다.

이 물이 화개천을 통해 섬진강으로 가면 은어가 마시겠지요?

 

 

오늘은 이파리다 다 떨어져 나무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미루나무를 소개해 드립니다.

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입니다.

 

아무리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나무입니다.

 

미루나무에게

 

키 큰 너는 알고 있지

네게 소고삐 매어 놓고 친구들과 나눴던 얘기를

 

매미는 네게서만 노랠 불렀었지

네게서만 해가졌고

네게서만 바람이 놀았고

네게서만 구름이 쉬어갔다

 

바람 한 점 없는 여름날 방천에서

너의 이파리는 비늘처럼 간들거리며 빛났었다

 

별을 좋아해 가장 먼저 별을 맞이했고

달을 좋아해 가장 먼저 달에게 손짓했다

 

옷을 다 벗어 버린 너 반겨주는 이 없어

오늘도 강가 동네 어귀에서 먼 산만 바라 본다

 

 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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