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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문환의 하동편지 제156호 광기로 피어나는 꽃
조문환 기자
2014-02-17 14:3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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달집 없는 정월대보름이 이처럼 쓸쓸할지 미처 몰랐습니다.

그놈의 AI가 달집을 짓는 것을 방해했습니다.

사람모이는 것을 억제시키기 위한 자구책이었습니다.

 

제가 어릴적에는 정월대보름달이 달집으로 들어왔었습니다.

우리가 달집을 만들면 어른들은 꼭 달문을 만들어 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.

 

올해는 달집이 없어 보름달은 쓸쓸히 하늘을 배회하는 듯 하였습니다.

그만큼 달은 힘이 없어 보였고 다른 해 정월대보름달 보다 더 작아보였습니다.

내년에는 달집과 정월대보름달의 멋진 조우를 기대해 봅니다.

 

오늘은 어릴적 저의 달집 짓기 추억을 반추 해 봅니다.

 

달집은 짓는 아이들,

달집주변을 돌면서 기도하는 어른들,

회오리 바람 일으키며 타 오르는 달집...

모두가 狂氣에 붙잡혔던 시간이었습니다.

 

보름달의 평화가 깃드시길 빌면서 - 煥 -

 

 

 

 

狂氣로 피어나는 꽃

그 광기서린 *매구소리가 잦아들 때면 아이들은 신이 들렸다.

들로 산으로 미친 듯 쏘아 다니면서 대나무와 소나무를 베어왔다.

고추만한 녀석들이 제 키보다 열배나 더 큰 달집을 세웠다.

 

대나무 꼭대기는 하늘에 닿은 듯 간들거리고

동네 어른들은 달집을 향해 뒷짐 지고 나오셨다.

 

“달이다, 달이 떴다” “불 붙여, 달이다 달”

작은 불 씨앗은 그 찰나의 시간에 火神이 되어

칙 넝쿨 제 몸뚱어리 감아 돌리듯 감겨 올라가 회오리가 되고

그 회오리는 날개가 달려 용이 되더니

드디어 하늘에서 보름달과 조우했다.

광기의 시간이 흐르고 재에 온기가 다할 즈음에서야

내 정수리에 앉은 달을 붙잡고 집으로 돌아왔다.

 

광기의 꽃이 피어나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다.

*매구 : 풍물놀이의 경상도식 사투리

 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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