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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문환의 하동편지 제295호 어느 주막에서 일어난 일
조문환 기자
2025-06-2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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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주막에서 일어난 일

 

 

동네 한 어르신과 옛 산성을 다녀오는 길에 커피한잔 하자면서

저를 어르신이 운영하시는 구명가게로 데려가시더군요.

 

그 구명가게는 동네 어르신들 몇 분이 단골로 이용하시는 주막이었습니다.

작은 골방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했고

그 사이로 네 분의 어르신이 취기가 올라 기분이 좋아 있었습니다.

 

어르신들이 일어나셔서 저를 영접하시고는

막걸리가 몇 대접 돌고 이윽고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.

 

한 어르신 차례가 되었는데,

아직 취기가 덜해 극구 노래를 사양하시더군요.

그러면 어르신이 준비하시는 동안에 제가 한 곡하지요

하고는 제가 한 곡조 뽑았습니다.

 

꽃피이이는 동백서음에 보옴이 왔그언만~~~ 짜라짜라

상을 두드리며 장단이 맞춰지고 일어나서 춤을 추는 어른도 계셨습니다.

 

저의 노래가 끝나자 노래를 극구 사양하는 어르신도

아이고멘장이 부르는데내가 어쯔것노?”항시면서 한 곡조 뽑으셨습니다.

 

어르신들이 일어나 등실등실 춤을 추시고 온 방은 노랫가락으로 가득 차버렸습니다.

술값을 계산하고 먼저 나오는 걸음이 참 기뻤습니다.

이런 날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.

그래야 하는 거라구요

 

꽃은 그냥 피는 것이 아니더군요

소쩍새 몇 번 울었다고

천둥번개 몇 번 쳤다고

꽃이 피는 것은 아니더군요

그렇게 쉬웠다면 애초부터 꽃이 아니었을 거라구요

 

왕골로 파인 주름진 얼굴에

적어도 시냇물 하나는 흘러야 하고

머릿수건은 닳아져 하늘이 그 구멍으로 빠져나와야 하고

초여름 아침에 맞은 이슬로 한 마지기 논에 물은 대야하고

꽃대마다 손때 묻어 그 꽃대조차 사람 냄새나야하고

 

그래야 꽃이 피고 계절이 바뀌는 거라구요

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아니면

죽어도 꽃은 피워내지 못하는 거라구요

그래야 하는 거라구요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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